회사 안에서도 저는 계속 ‘새로운 걸 만들어야 하는 역할’에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정해진 업무를 오래 반복하기보다, 이미 있는 방식에서 새로운 매출이나 새로운 채널을 만들어야 하는 일을 많이 했습니다.

신세계에서는 MD의 관점에서 상품과 고객을 봤고, SK Networks에서는 온라인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하던 시기에 새로운 이커머스 사업을 만드는 일을 경험했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브랜드가 온라인 판매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기존 오프라인 유통이 강한 브랜드일수록 온라인 판매에 대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온라인에서 가격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기존 유통 채널과 충돌하지 않는지,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는지 하나씩 설득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채널을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쇼핑몰에 상품을 올리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브랜드가 걱정하는 것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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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실제로 팔릴 상품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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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가격과 구성이 적절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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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채널과 어떻게 충돌을 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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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설득해야 실행할 수 있는지

이런 질문을 하나씩 해결해야 실제 사업이 움직였습니다.

이 경험 때문에 저는 지금도 AI에게 바로 실행안을 만들어달라고 하기 전에 “이 일을 실제로 막고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부터 찾게 합니다.

AI는 아이디어를 많이 만들어내는 데는 정말 빠릅니다. 하지만 실제 사업에서는 아이디어보다 제약 조건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훨씬 중요할 때가 많았습니다.

Philips에서는 ‘제품이 안 팔린다’는 말을 그대로 믿지 않는 법을 배웠습니다

제가 했던 일 중 지금도 사업을 볼 때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경험 중 하나가 Philips Lumea입니다.

당시 제품은 IPL 방식의 가정용 제모기였고 국내에서는 가격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습니다.

판매가 잘 나오지 않으면 보통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마케팅입니다.

광고를 더 해야 하나?
프로모션을 더 크게 해야 하나?
노출이 부족한가?

하지만 저는 다른 질문을 했습니다.

“한국 고객이 이 가격을 내고 이 제품을 사야 할 이유가 충분한가?”

한국에서는 병원이나 전문 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제품 기능이 좋다는 설명만으로 높은 가격을 설득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APAC과 제품 구성과 패키지를 다시 검토했고 국내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 구조를 만드는 쪽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다음부터 마케팅과 영업이 의미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가격과 상품 구성이 정리된 뒤에는 모든 채널에서 계속 할인하는 방식보다는 특정 기간에 핵심 채널을 선택해 짧고 강하게 프로모션을 진행했습니다.

프로모션을 제공하는 대신 유통 MD에게 더 좋은 노출과 지원을 요청했고, 다른 채널에서는 가격을 유지했습니다.

이때 배운 것이 있습니다.

사업에서 보이는 문제와 실제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항상 같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AI를 사용할 때도 “매출이 안 나온다. 마케팅 전략을 만들어줘.”라고 바로 요청하지 않습니다.

먼저 대표실 역할에서 가능한 원인을 나누게 합니다.

상품 문제인가?
가격 문제인가?
채널 문제인가?
고객 문제인가?
인지도 문제인가?
구매 전환 문제인가?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일을 맡길 AI 부서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Swarovski에서는 한 채널의 성공이 다른 채널을 움직이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Swarovski에서 온라인 사업을 확대할 때도 재미있는 경험이 많았습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기존 백화점과 면세점이 중요한 채널이었고 온라인은 상대적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구매 방식은 이미 빠르게 바뀌고 있었습니다.

카카오, 네이버, 쿠팡 같은 새로운 접점에서 고객을 만나야 했고 온라인 단독 기획이나 라이브커머스 같은 방식도 시도해야 했습니다.

저는 새로운 채널을 열 때 처음부터 모든 곳을 동시에 확대하려고 하기보다 한 곳에서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한 채널에서 실제 매출과 고객 반응이 만들어지면 다음 협상이 훨씬 쉬워졌기 때문입니다.

작은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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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판매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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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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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채널의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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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협상에서 더 좋은 조건

이 방식은 지금 새로운 사업을 볼 때도 거의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성하려 하기보다 하나의 고객, 하나의 채널, 하나의 상품에서 먼저 결과를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AI에게도 처음부터 7개 부서를 모두 움직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가설 하나를 검증하는 데 필요한 역할만 먼저 사용합니다.

쿠팡에서는 ‘감’보다 숫자로 다시 확인하는 습관이 더 강해졌습니다

이전 회사에서도 숫자를 봤지만 쿠팡에서 일하면서는 사업을 판단하는 방식이 조금 더 달라졌습니다.

사람이 보기에는 좋은 기획이고, 경험상 잘될 것 같은 상품이어도 실제 고객 행동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결국 고객은 클릭하거나 클릭하지 않고, 구매하거나 구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뒤에는 항상 다시 물어보게 됐습니다.

실제로 고객이 반응했는가?
전환이 좋아졌는가?
매출로 이어졌는가?
비용 대비 효과가 있었는가?
다음에도 반복할 수 있는가?

이 경험은 AI를 사용할 때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I가 만들어주는 자료는 굉장히 그럴듯합니다. 문장도 자연스럽고 전략도 논리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럴듯하다는 것과 실제로 맞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AI가 제안한 내용과 실제 데이터를 가능하면 분리해서 봅니다.

예를 들어 마케팅팀 AI가 세 가지 콘텐츠 아이디어를 제안했다면 그 자체로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발행한 뒤 어느 콘텐츠에서 문의가 발생했는지, 어떤 검색어로 들어왔는지, 고객이 어떤 질문을 했는지를 다시 다음 입력으로 넣습니다.

AI가 전략을 한 번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결과를 다시 받아 다음 판단을 하는 구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재생에너지 사업에서는 ‘좋은 아이디어’보다 실행 관리가 훨씬 무거웠습니다

회사에서의 경험과는 또 다르게, 재생에너지와 ESS 사업을 약 3년 반 경험하면서 사업의 다른 면을 보게 됐습니다.

약 50억 원 규모의 자금이 집행되는 프로젝트를 경험하다 보니 아이디어나 마케팅보다 훨씬 현실적인 문제들이 중요했습니다.

계약이 언제 체결되는지, 자금이 언제 집행되는지, 업체가 일정에 맞게 움직이는지, 필요한 자료가 준비됐는지처럼 하나라도 어긋나면 뒤의 일정이 함께 밀릴 수 있었습니다.

이때는 일을 잘하는 것보다 누락 없이 다음 단계로 넘기는 것 자체가 중요한 업무였습니다.

계약 완료
→ 다음 지급 조건 확인

지급 완료
→ 다음 공정 확인

공정 완료
→ 증빙 확인

증빙 완료
→ 다음 집행 준비

한 단계의 결과가 다음 단계의 시작 조건이 되는 구조였습니다.

지금 제가 AI 업무에서도 ‘인수인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대표실이 만든 내용을 제가 다시 머릿속으로 정리해 마케팅팀에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실의 확정된 결과물을 그대로 다음 AI에게 넘기는 방식입니다.

사람이 중간에서 계속 번역해야 하는 시스템은 결국 사람에게 다시 의존하게 됩니다.

이 경험 때문에 AI 자동화에서도 단순히 여러 도구를 연결하는 것보다, 앞 단계가 무엇을 출력해야 다음 단계가 시작될 수 있는지를 먼저 정하게 됐습니다.

앱을 만들어보니 0에서 1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역할이 필요했습니다

제가 직접 사업을 만들었던 경험 중 하나는 1분 영상 자기소개를 기반으로 한 채용 앱이었습니다.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이력서만으로는 사람을 충분히 보여주기 어렵다면 짧은 영상으로 지원자를 보여주면 어떨까?

하지만 서비스를 실제로 만들기 시작하는 순간 질문이 계속 늘어났습니다.

지원자는 왜 영상을 찍어야 하지?
기업은 왜 이 영상을 봐야 하지?
몇 초가 적당하지?
영상은 어디에 저장하지?
기업에는 어떤 화면이 필요하지?
지원자는 어떤 순서로 가입하지?
누가 먼저 사용해야 하지?

아이디어 하나가 실제 서비스가 되려면 제품, 개발, 고객, 영업, 마케팅, 운영이 모두 필요했습니다.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실제 개발까지 진행하면서 특히 크게 느낀 것은 기능을 만드는 것과 사업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앱이 완성됐다고 사업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용자가 들어와야 했고 기업이 사용할 이유가 있어야 했으며, 실제 이용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도 해결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생기면 AI 개발팀에게 바로 “앱을 만들어줘”라고 하지 않습니다.

대표실에서 먼저 고객 문제를 정의하고, 개발팀에서는 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가장 작은 기능을 만들게 합니다.

그 결과를 다시 마케팅과 영업의 입력으로 넘깁니다.

앱 개발 경험이 없었다면 저는 아마 AI에게도 기능을 훨씬 많이 만들게 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직접 해보니 새로운 사업에서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더 만들까?”보다 “이걸 확인하기 위해 어디까지만 만들면 될까?”

에 더 가까웠습니다.

여러 사업을 하다 보니 저는 사업마다 AI의 역할도 다르게 씁니다

제가 여러 경험을 하나로 연결해보면서 가장 흥미롭게 느끼는 부분은 모든 사업에 같은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재생에너지처럼 자금과 일정, 이해관계자가 중요한 사업에서는 대표실·재무·운영 역할이 훨씬 중요합니다.

새로운 앱이나 디지털 서비스를 만들 때는 대표실·개발·마케팅 역할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이미 상품이 있고 유통을 확대해야 하는 사업이라면 영업과 마케팅이 중심이 됩니다.

재생에너지 사업
대표실 + 재무 + 운영 중심

신규 앱
대표실 + 개발 + 마케팅 중심

유통·브랜드 사업
영업 + 마케팅 + 재무 중심

운영이 안정된 사업
고객지원 + 운영 + 재무 중심

그래서 저는 ‘AI 직원 7명을 만들어두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업의 현재 단계에 따라 필요한 AI 역할을 꺼내 쓰는 구조에 더 가깝습니다.

실제 회사에서도 모든 부서가 매 순간 같은 강도로 움직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제가 AI에서 찾은 것은 ‘사람을 줄이는 방법’보다 ‘사업을 정리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처음에는 AI를 사용하면 일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를 많이 생각했습니다.

물론 실제로 줄어드는 일도 있습니다.

자료를 정리하거나 초안을 만들고, 여러 문서를 비교하고, 반복되는 답변을 만드는 일은 훨씬 빨라졌습니다.

그런데 사용하면 할수록 저는 다른 장점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AI에게 제대로 일을 맡기려면 제가 먼저 그 업무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무엇을 입력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그 업무 자체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이고, 완료 조건을 설명할 수 없다면 사람에게 맡기더라도 결과를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AI 직원 7명을 만드는 과정은 저에게 AI 세팅이라기보다 일종의 사업 정리 과정에 가깝습니다.

이 업무는 왜 하는가?
무엇이 필요하나?
누가 판단해야 하나?
결과물은 무엇인가?
언제 끝났다고 볼 것인가?
그다음에는 어디로 가는가?

이 질문들이 정리되면 AI뿐 아니라 실제 사람과 일할 때도 훨씬 명확해집니다.

여러 회사와 여러 사업을 경험하고 나서 제가 AI를 바라보는 방식도 결국 여기까지 왔습니다.

AI를 사람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보다, 일을 회사처럼 흐르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수정 이력

2026년 9월 1일 — 최초 작성.

작성·편집 윤지선

확인 가능한 근거와 실제 적용 순서를 중심으로 AI 활용법을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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